22.8.15
단식 2일차, 짝꿍의 합류
이제껏 단식해서 다이어트를 해본 적은 없었다. 지금은 산욕기라 무리해서 움직이는 운동도 안되고 다이어트 하는 방법은 식이요법밖에 없는지라 처음으로 헐리우드48시간으로 2일 단식을 하고 있는데 이틀 차때 죽을 것 같다는 후기와 다르게 나는 그닥 크게 힘들지 않았다. 내가 예상보다(?) 잘 버텨내자 짝꿍도 자기도 오늘부터 해보겠다고 했다. 같이 하자 할때는 안하더닠ㅋㅋㅋ내가 하루만에 1kg 가 빠진걸 보니 구미가 당겼나보다. 이 다이어트는 집에만 있고 활동량이 거의 없을때 할만한 다이어트 같다. 집순이, 집돌이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 같다. 그러나 평소 식사량이 많은 내 짝꿍과 같은 집돌이들은 힘들 것 같다. 도전 6시간만에 도저히 못참겠다며 닭가슴살을 돌려먹고 얼마 안있다가 커피도 한잔 , 얼마 안있다가 나에게까지 같이 음식을 먹자고 유혹했닼ㅋㅋ딱 한끼만 참으면 내일이 될텐데 2일동안 단식한 게 아까워서 처음으로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내일 얼마나 빠졌을 지 궁금하다.
22.8.16
처음, 나홀로 산책 지금 내 세상은
지난 주 많이 비가 쏟아지고 난 뒤 날이 꽤 선선해졌다. 어제까지 헐리우드48시간으로 디톡스를 했는데 딱히 엄청 힘들진 않았다. 짝꿍은 날 따라한다고 같이 마셨는데 6시간만에 포깈ㅋㅋ 그에게 공복은 형벌같았다. 오늘부터는 보식인데 아침 점심은 현미죽과 두유를 저녁은 짝꿍의 유혹으로 그냥 일반식을 먹었다. (단짠맵 메뉴)
저녁 즈음 아기가 맘마 먹고 낮잠 잘 때 즈음 집 앞에 산책을 처음으로 혼자 나왔다. 아기 낳고 거의 40일 만이다. 꽤 선선해진 저녁 바람을 맞으며 출산 전에 정말 자주 연락했던 친한 언니와 통화를 했다. 친한 언니가 이번 겨울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이 언니와 대화하면 내 생각 정리가 참 잘 되고 또 그간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기도 한다. 언니는 나에게 여행 자주 다녔었는데 지금 못가는게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 인스타에서 여행하는 사진이나 영상보면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느껴져. 나는 부럽지가 않은 느낌? 지금 내 세상은 내 아가야. 하루 종일 아가가 웃으면 행복하고 아가가 힘들어하면 내 마음은 더 힘들더라. 오빠도, 나도 지금은 온 세상이 내 아가야. "
22.8.17
울 엄마의 우리집 번개 방문
아가가 잠들었을때 비몽사몽 간에 잠에 들었는데 엄마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엄마, 오늘 너네 집 가도 되니? 너 반찬도 해주고 울 아가가 너무 보고싶어서~" 울 엄마집에서 우리집까지는 차, 버스, 기차 모두 3시간 반이 걸리고 srt를 타면 그나마 2시간 정도 걸린다. 아가가 태어나기 전에는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우리 엄마가 변했다 ㅎㅎ 나는 너무 좋았다. 당연히 오시라고 했다. 직장에서 야근까지 하고 엄청 피곤한 상태일텐데도 울 아가와 나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올라온 울 엄마. 오후 2시 반 즈음 수원역에 도착한 엄마는 짝꿍이 좋아할만한 음식과 나에게 해줄 밑반찬 재료들을 꼼꼼히 장을 보고 우리집에 오셨다. 20일만에 온 우리집인데 아가가 엄청 컸다고 하는 울 엄마. 밤 9시가 될 때까지 단 한번도 앉지 않고 계속 밑반찬을 만들고 아가를 봐주었다.
내가 아기를 낳아보니 아주 아기일 때도 이렇게 힘들고 걱정인데 우리 엄마는 아기를 낳고도 30년이 지나고도 본인의 아가를 돌보느라 힘들어 보인다. 늘 내 걱정 뿐이구나. 나 뿐만 아니라 언니와 동생까지... 엄마는 위대하다. 정말. 괜찮다고 하는데도 오늘 밤은 엄마가 아가를 본다고 하신다. 나보고 하루라도 푹 자보라는 울 엄마. 철없는 나는 엄마가 안내려갔으면 좋겠다.ㅎㅎ
22.8.18
3번의 대학병원 방문 마지막날
오늘 병원에 가는 날인줄 어젯밤에 알았다. 짝꿍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날짜도 잊고 살았나보다. 아침에 엄마를 기차 시간보다 훨씬 빨리 동탄역에 모셔다드릴 수 밖에 없었지만 엄마는 오히려 본인이 타이밍을 잘못 맞춰 왔다며 미안해하셨다. 꽤 밟아보니 아침 출근시간대였지만 나름 선방해서 아주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했다. 정말로 감사하게도 울 아가의 딤플에는 큰 이상소견이 없었다. 다행이다. 이 딤플때문에 병원을 3번이나 왔고 비싼 초음파 검사까지 했지만 전혀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았다. 정상이라는 그 말이 이렇게도 감사하다.
저녁에는 아가가 잠시 잠든 동안 조촐하게 둘만의 축하파티로 요리해서 맥주한 잔 하려는데 기가 막히게 뿌엥~~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결국 아가를 안고 서서 식사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서서 식사이다. 짝꿍이 있으니 그나마 다양한 메뉴 식사도 가능하다. 이제 다음주를 마지막으로 이 호사는 끝나겟지..!
22.8.19
짝꿍과 육아공동체로서의 삶
짝꿍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아빠가 될 것 같다. 꼭 필요한 육아용품도 잘 찾아내고 나도 미처 몰랐던 육아 상식 같은 것도 유튜브나 검색을 통해 배워서 나한테 알려준다. 당근마켓은 아주 단골이 됐고, 집 근처에 킹콩백화점이라는 리퍼전문매장도 주기적으로 방문하려고 한다. 젖병세척지옥에 빠져 매일 젖병을 씻고 소독하는 일상에 빠져산다. 매일 밤~새벽까지 아가를 전담마크한다는게 일과시간 내내 아이를 보는 것보다 어쩌면 더 힘든 일일수도 있는데 군소리 없이 해내고 있다. 그간 내 감정과 기분만 중심으로 생각하고 짝꿍의 마음은 어떤지 물어볼 생각도 안했었다. 엊그제 친한 언니와의 통화에서 언니가 너희 남편은 요즘 마음이 어때? 라고 물어보는데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오늘 처음으로 육아를 감당하고 있는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이런 대화들을 통해 조금 더 서로 의지하고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22.8.20
울 아가와 첫 롯데몰 나들이
어제 마트에 다녀온 짝꿍에게 내가 마캉스 다녀와서 부럽다고 했던게 마음이 쓰였는지 짝꿍이 오늘 아침에 아가와 함께 롯데몰을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우리집에서 차로 5분 거리. 고민하다가 오케이! 했다. 이제 울 아가도 다음 주면 50일이니 , 유모차에 꽁꽁 가리고 가면 되지 않겠나 싶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롯데몰에 사람이 많이 없어서 좋았다. 다음에 올 때도 개장시간에 맞춰서 와야겠다싶었다. 롯데몰 간 김에 거치형 선풍기를 사볼까 했는데 실패, 마트에서 미나리를 사려고 했는데 실패. 원래 사려고 했던 것 하나도 못사고 어쩌다보니 이것저것 사게 됐다. 역시 마트에 오면 안 살 수가 없나보다. 이 모든 과정을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준건 바로 우리 아가 덕분이다. 유모차에서 편히 쿨쿨 주무셔주셔서 아빠, 엄마도 오랜만에 아울렛과 마트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22.8.21
오빠 없는 첫 육아 10시간
어제 오후, 대학 동기에게서 카톡이 왔다. 아버지의 부고장이였다. 친한 친구인데 그간 아버지가 아픈 것도 몰랐다니 미안한 마음부터 들고 정말 황망하다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당장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먼 거리라서 어떻게 할 지 고민이 되었다. 짝꿍은 아가를 시어머니께 맡기고 둘이 다녀오자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왕복 8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50일도 안된 아가를 어머님께 맡기는게 아무래도 엄청난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혼자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짝꿍은 몸도 성치 않으면서 어떻게 왕복 운전을 혼자 하려고 하냐며 본인이 다녀오겠다고 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나도 아직 회복이 다 안된 몸인데 혼자 운전 8시간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다시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 감염 걱정때문에 불가했다. 친구와 짝꿍은 3번 정도 본 적 있어서 안면은 있으니 짝꿍도 큰 무리겠지만 부탁했다. 그리하여 오늘 처음으로 짝꿍없이 울 아가를 혼자 돌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졸리면 그냥 잠들었던 아가인데 며칠 전부터는 품에서만 잠이 든다. 오늘도 맘마 먹고 말똥말똥 놀다가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아가. 기저귀도 깨끗하고 맘마 먹을 타이밍도 아닌데 우는 건...! 안아달라는 거구나. 지금도 내 품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는 울 아가. 울 아가 너무 예쁘지만 어서 짝꿍이 돌아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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