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istory.tistory.com 올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티스토리 연말결산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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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주간일기

올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티스토리 연말결산 캘린더]

by 케미또이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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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완 챌린지에 이어 연말결산 캘린더라니. 이걸 지난주 목요일에 알지 못한게 아쉬울 정도!! 

티스토리 블로그 담당자분 일 정말 잘하시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질문들 ! 나도 참여해보고 싶다!

캘린더에 맞게 오늘은 "올해 가장 힘들었던 순간" 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3월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둘째 아이가 이앓이를 하는지 밤중에 자주 깼다. 남편이 육아 휴직 중인 시기였다. 그 동안에는 새벽에 아이가 깨서 배고파할 때 새벽 3시 이전에는 남편이 새벽 수유를 해주었고 4~5시 즈음에는 내가 수유를 했다.

둘째 아이가 우는 소리에 첫째가 일찍 일어나면 새벽 5~6시부터 애 둘 육아를 해야했다. 남편은 새벽 2~3시까지 깨어있어서 피곤하니 아침에 조금 더 늦게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 시기의 나는 그런 이해가 없고 마음이 그저 지옥같았던 거 같다. 호르몬의 영향일까. 가끔씩 올라오는 나의 극단적인 성격 탓일까. 

이런 날이 몇일이 더 쌓이니 남편을 향한 미운 감정들이 쌓였다. 지금 돌이켜생각해보면 남편도 그 시기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거 같은데 그때의 나는 처음해보는 아이 둘 육아에 많이 지쳐있었고 그래서 남편이 조금이라도 쉬려고 하거나 쉴 틈을 노린다는 생각이 들면 그 모습을 보기 힘들어하고 자꾸 미운 마음들이 들었다. 

이 모든 것들은 다 나의 기대심으로부터 왔던거 같다.  남편이 함께 육아를 하고 또 남편이 우리 가족을 위해 해주는 것들에 초점을 맞춘게 아니라 더 잘 할 수 있는데 안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지배적이었다. 남편이 더 더 잘했으면 하는 기대심 말이다. 한명의 아이만 키우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 한명이 더 생겨서 남편의 육아휴직 중에는 늘 내가 한명, 남편이 한명을 도맡아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던거 같다. 

사실 둘째 육아는 한번 해봤다고 잠자는 부분 이외에는 훨씬 수월했고 아이도 순해서 어려운 점도 크게 없었는데  내 정신과 마음이 힘드니 모든것들이 힘들게 다가왔다. 

12월인 지금, 남편은 복직해서 회사에 출근한지 꽤 되었고 나는 이제 아이 둘을 같이 보는데 가끔 힘들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남편과 관계도 회복이 되서 육퇴 후에 야식도 자주 즐기고 있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변화는 과정들과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서로 공유하고 서로 표현도 많이 하고 스킨쉽도 자주 하는 편이다. 주말에는 적극적으로 아이 둘과 같이 놀아주고 첫째를 데리고 매주 놀러나가려고 노력한다. 주말에는 엉성해도 아빠표 아침밥도 차려주려고하고 집안일도 보이면 바로바로 하고 특히 쓰레기 버리거나 세탁기, 건조기 돌리는 건 주말엔 거의 남편이 다 해주는 것 같다.  평일에도 새벽 출근에 밤 늦게 퇴근하는 수고로움을 견디면서 주말에도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 또 그 마음을 첫째는 느끼는지 아빠의 월요일 아침 출근을 가장 슬퍼하는 편이다. 

그때는 지옥같고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던 순간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조금 더 남편에게 내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또 남편에게 고마운 부분들도 자주 이야기해줬더라면 남편과 더 사이좋은 육아휴직 기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남편은 마치 나에게 거울과 같아서 내가 예쁘게 말하면 예쁜 말들을 돌려주는 사람이고 또 나를 많이 사랑해주고 나와 맛있는 음식과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와 내 아이들인 사람인데 내가 출산 후 예민함 최고치에 호르몬으로 영향으로 그것들을 완전히 잊어버렸던 아닌가 싶다. 

 

사실 오늘의 주제를 보고 올해 힘들었던 순간이 꽤 있긴 했을텐데 생각이 나질 않았다. 오히려 행복했던 순간들이 더 많이 떠오른 것 같다. 그래도 주제이니 생각해보고 싶어서 휴대폰의 사진첩과 메모장을 뒤져봤더니 내가 마음이 힘들때 썼던 글이 있어서 생각을 해낼 수 있었다. 메모장에 짧은 내 일기들을 보며 이때 내 감정이 이랬구나 싶기도 하고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하며 혼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앞으로도 육아하면서 힘든 순간들, 특히 가장 가까이서 나와 함께하는 짝꿍에게 섭섭한 순간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대화를 통해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걸 배우게 된다.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엄마라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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